[갓생 루틴 만들기 ⑨]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 기록 루틴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이 문장을 처음 본 건 학생 시절이었다.
처음엔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저 한 문장 이상의 울림은 아니었다.
일상은 단조로웠고 특별히 기억해야 하는 중요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있다고 한들 대부분은 기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공부에 필요한 내용은 어차피 과목별 노트에 적고 있었기에 메모는 그저 깜빡하지 않기 위한 보조 수단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 문장의 진짜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업무는 점점 복잡해졌고, 회의는 많아졌고, 해야 할 일들은 끝도 없었다.
나도 메모를 했다. 수첩에도, 포스트잇에도, 책 옆 빈 공간에도, 가끔은 손바닥에 적어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흩어져 있는 메모들은 대부분 먼지만 쌓인 채 잊혔고, 기억을 도와주기는커녕, 나중에 그걸 다시 찾아보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했다.
그때 느꼈다.
메모는 ‘기록’ 그 자체보다, ‘다시 꺼내 쓸 수 있게 만들어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메모와 기록은 단순히 정보를 남기는 게 아니다.
그건 내 머릿속 기억을 바깥으로 확장하는 기억보조장치다.
또 동시에, 머릿속에서 몽글거리기만 하던 생각을 구체화하고 정리해 주는 생각정리장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머릿속에만 떠다니던 아이디어나 해야 할 일들을 행동으로 끌어내는 실행트리거 역할을 한다.
적어두면 움직이게 된다.
쓰지 않으면 계속 생각만 할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시행착오 끝에 두 가지 원칙을 세우게 됐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나의 갓생 루틴을 지탱하는 핵심이 되어주었다.
1. 기록은 흩어지지 않아야 한다 – ‘통합관리’
예전엔 나도 그랬다.
개인 일정은 예쁜 다이어리에, 업무 메모는 회사 수첩에, 할 일은 포스트잇에 적어뒀다.
그때는 그게 효율적인 줄 알았다. 적어 놓기만 하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리되지 않은 기록은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걸 알게 됐다.
찾아야 할 메모가 어디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 그 기록은 존재하지만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지금은 하나의 디지털 메모장(삼성노트)을 중심으로 모든 메모를 통합하고 있다.
급하게 종이에 적었을 때도 반드시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다시 디지털로 옮겨 기록을 누락시키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서 비로소 메모는 ‘기억’이 되었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2. 기록은 구조화되어야 한다 – ‘양식의 힘’
기록이 많아져도 그 안에 구조가 없다면 결국 다시 읽지 않게 된다.
어떤 회의 기록인지, 언제 작성한 메모인지, 누구와 관련된 내용인지가 빠지면 그건 그냥 ‘한 줄 메모’ 일뿐,
정보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간단한 기록 양식을 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항상 제목, 날짜, 주제, 키워드 정도는 적는다.
특별한 형식이 아니라, 나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다시 꺼내기 쉬운 최소한의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자, 실행을 설계하는 도구가 된다.
[※ 내가 사용하는 (일부) 기록 양식 모음]
기록은 루틴을 설계하고, 루틴은 실행을 이끌고, 실행은 삶의 리듬을 만든다.
그 시작은 결국, 머릿속을 바깥으로 꺼내는 일이다.
생각을 붙잡고, 기억을 보존하고, 의도를 행동으로 전환하기 위한 가장 단순한 도구. 그게 메모다.
기록은 머리 위의 짐을 덜어주는 휴식이기도 하고, 미래를 위한 작은 선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정확히 인식하고 설계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루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