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루틴과 습관 - 어려운 루틴, 쉬운 습관
나는 자동화를 좋아한다. 자동화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자동화는 제어 시스템과 정보기술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기계류 및 공정을 제어, 사람이 관여할 필요를 줄이는 것이다. (위키백과)' 다시 말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되는 프로세스에 인간의 개입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을 갓생에 적용해 보면 '각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실행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의식적 노력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고 습관화로 정착하는 것'이 갓생 프로젝트의 자동화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정의를 하고 보니 루틴과 습관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루틴은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행위이고 습관은 그렇지 않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루틴은 '의식적 반복'이다.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루틴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마신 후 명상 5분, 독서 10분, 그리고 업무 시작 전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 과정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런 루틴은 일상의 행동들에 구조를 만들어주고, 심리적 안정감과 예측 가능한 흐름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행동이 '의식적으로 설계되고 수행된다'는 점이다. 아직 자동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적 노력(의미부여와 동기부여를 하며 꾸준히 반복하려는 다짐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처럼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루틴은 의지력이나 동기가 흔들릴 경우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는 지키는 것보다 지키지 않는 것이 더 편한 상태이므로 스스로가 정한 행동을 유지하기 위해 크고 작은 정신적, 심리적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아직 면역력이 강하지 않은 아기처럼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여 다뤄야 한다.
반면 습관은 조금 다르다. 습관은 '무의식적 반복'이다. 어떤 행동이 별다른 인지적 개입 없이 자동으로 해내는 상태를 말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굳이 의식적으로 "해야지"라고 다짐할 필요가 없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을 씻는 행위처럼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실행되는 행동패턴이다.
습관의 단계에 이르면 변화는 더 이상 '결심'이나 '의지'에 의존하지 않는다. 매일 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실행 여부를 두고 감정과 논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그냥 몸이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습관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장점이다. 의지력이라는 유한한 자원을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고, 더 긴 여정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특히 루틴이 습관으로 정착된 사람의 삶은 외부 자극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나아갈 수 있다. 그 반복의 결과가 결국 '자기다움'이라는 삶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루틴은 하나의 과정이고 꾸준히 쌓아 나가야 하는 노력이며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 건강한 습관이다. 즉, 루틴은 습관이 되기 전의 상태이며, 습관은 루틴이 무의식의 영역으로 진입한 결과물이다.
루틴은 스스로 계획하고 조정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유지하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 습관은 행동의 에너지를 줄여주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이 두 개념은 시간상 순차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실행 주체의 인식 수준'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다.
이 차이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나는 사람들이 루틴을 만들고 지켜 나가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이유를 '왜 이렇게 힘든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루틴을 지키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이다. 반면 습관은 쉽다. 습관으로 정착된 사람들을 보면 대수롭지 않게 해내는 일도 나 자신에게는 매일매일 큰 도전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이 주는 괴리감과 실망감이 지속하기의 실패원인이 된다. 그러니 그냥 받아들이자. 루틴은 어렵다. 습관이 될 때까지는 말이다.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습관처럼 '자동화'되기 전까지는 인지적 에너지와 감정적 소모를 지속해야 한다고.
갓생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의식적 노력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루틴설계 능력이다. 그리고 이를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아직 루틴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루틴과 습관은 목표지향성과 자동화라는 차이를 가진다. 루틴은 목표를 중심으로 행동을 설계하고 반복하는 과정이며, 습관은 그 반복이 누적되어 생긴 자동 반응이다. 우리는 루틴을 통해 삶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습관을 통해 그 방향을 일상에 정착시킨다.
작은 루틴이라도 꾸준히 이어가 습관의 단계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더 적은 에너지로도 성장의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루틴은 '성장을 설계하는 도구'이며, 습관은 '성장을 지속시키는 스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