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행동 실천

[조깅 갓생 시리즈 ②] 운동이 두려운 당신에게 - 슬로우 조깅

셀피노 2025. 3. 28. 07:35

조깅은 좋은 운동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고, 시도해 보려다 곧 포기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운동을 오랫동안 쉬었거나, 나이가 들면서 무릎이나 허리에 부담이 있는 사람이라면 '달리기'라는 말 자체가 이미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도 '러닝 열풍'이 불면서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러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도 한 번 뛰어 볼까?' 싶다가도 멋진 몸매와 화려한 운동복 차림의 날렵한 사람들 사이에서 헉헉거리며 몇 미터 못 가 숨을 고르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까 봐 아예 시작조차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일반적인 현실이라기보다는 '나의 이야기'이다. 달리기는 '운동 잘하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느껴졌고, 강한 의지와 체력이 뒷받침되는 소수를 위한 운동으로 생각했다. 한두 번은 해볼 수 있어도 취미라고 할 만큼 꾸준히 이어가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시작이라는 첫 발을 떼는 일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다 알게 된 개념이 슬로우 조깅(Slow Jogging)이었다. 말 그대로 '천천히 달리기'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천천히 달리길래 이름에슬로우가 붙을까? 슬로우 조깅에서 말하는 슬로우는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걷기와 달리기의 가장 큰 차이가 속도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다소 이상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알아보면서 천천히 뛰는 방식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걷기와 달리기의 가장 큰 차이는 '이동 중에 두 발이 모두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있느냐'에 있다. 걷기는 반드시 한 발이 땅에 닿아 있어야 하지만, 달리기는 짧게라도 두 발이 모두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있다. 이 차이 하나가 관절과 근육에 큰 부하를 만든다. 아무리 천천히 달린다고 해도 '몸을 공중에 띄워야 하는'달리기의 특성상 무릎과 발목에 부담이 생기기 쉽다.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관절이 약한 사람이라면, 강한 의지로 이겨내기보다는 오히려 부상으로 이어지기 쉬운 운동이 러닝이다.

 

하지만 슬로운 조깅은 다르다.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느린 속도로 달린다. 보폭도 좁고, 무릎도 높이 들 필요가 없다. 발 앞꿈치로 착지하며 살랑살랑 움직이는 느낌이다. 이 방식은 관절이 약한 노인들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부담이 적다. 관절에 무리가 없고, 체력이 부족해도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힘들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없다. 반면, 운동을 끝낸 뒤 얻게 되는 성취감을 일반적인 러닝 못지않다.

 

나 역시 슬로우 조깅을 통해 달리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냈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 속도로, 나만의 호흡으로 즐겁게 달리면 된다. 물론 느린 달기가가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나는 분명 뛰고 있는데 앞에서 걷고 있는 사람과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때나, 빠른 속도로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이 많을 때 조바심이 난다.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느린 달리기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느림을 유지하는 자제력'이 매우 크게 필요하다. 그게 제일 어려웠다.

 

자칫 이런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리하게 속도를 냈다가 며칠간 몸살을 하거나 정형외과를 방문해야 했던 부끄러운 경험자의 조언이니 이제라도 슬로우 조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참고하기 바란다. 다만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뛰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성취감과 구체적인 건강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심폐 기능을 무리 없이 천천히 끌어올려주는 운동이라 중장년층이나 운동 초보자에게 특히 유익하다. 특히나 향상 속도가 초반에는 더욱 빠르다. 10분도 못 뛰던 사람도 1~2주 만에 30분 정도는 거뜬히 뛸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과 성취감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만큼 심폐기능이 좋아지고 있다는 유익함이 있는 것이다. 또 기초대사량 증가에도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면 같은 활동을 해도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몸으로 바뀌게 되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슬로우 조깅은 혈압과 혈당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내 기준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평소 수축기 혈압이 140~150을 오가는 고혈압 직전이었다. 달기를 3개월쯤 했을 때 수축기 혈압 120 이하, 이완기 혈압 80대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이 혈압은 아직도 잘 유지가 되고 있다. 혈당 개선을 포함한 대사성 질환의 예방이나 개선에 전반적으로 큰 효과가 있다.  신체적 건강에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달리기가 정신적, 심리적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결과들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효과가 '힘들지 않게 천천히 달리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땀을 흘리고 숨을 몰아쉬지 않아도 충분히 몸과 마음의 변화를 유도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특정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 안 할 이유가 없다. 쉽고, 편하고, 저렴한데, 효과적인 운동이다. 

 

화려한 운동복도 필요 없다. 적당한 운동화, 가벼운 옷차림이면 충분하다. 비가 오면 우비나 얇은 바람막이, 추우면 모자와 장갑 하나면 된다. 시간이 없을 땐 퇴근 후 10분이라도 좋고, 주 3회 만으로도 충분하다. 일단 나가서 뛰어보자. 상쾌한 성취감과 몸이 변화하는 느낌을 느껴보자. 그 변화에 몸을 맡기다 보면 슬로우조깅은 어느새 당신의 가장 중요한 루틴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갓생은 완벽함이 아니라 반복과 습관이 만든다.

 

슬로우 조깅은 나에게 말해준다. "남들처럼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의 너,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느린 발걸음은 내 삶의 리듬을 조금씩 되찾게 해주는 신호가 되어주고 있다. 혹시 당신도 달리기가 부담스럽다면 '슬로우'하게 시작해 보자.

 

진짜 변화는, 어쩌면 이렇게 천천히 알게 모르게 오는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