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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지식 학습

작심삼일을 넘어서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 - 회복 루틴의 힘

by 셀피노 2025. 3. 28.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면 둘 중 하나의 현상을 마주하게 된다. 하나는 탄력을 받아 원하는 방향으로 쭉쭉 나가는 것이다. 언제까지 유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현상이라면 당장은 문제가 없다.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 두 번째 현상이 문제인데, 작심삼일이라는 이름의 문턱이다. 관성을 이겨내고 힘겨운 움직임을 시작했으나 속도는 나지 않고 갈수록 실행이 힘들어진다. 삼일 정도 지나면 처음의 의욕은 오간데 없고 당장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은 매 순간 처절하게 다가온다. 의욕만으로는 이겨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탓하거나 자책하는 일이 생기기 쉽다.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을까?", "이 간단한 일도 못하는데 뭘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낮아지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자존감까지 바닥을 찍는다. 심한 경우에는 이런 발전적인 시도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 실패하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실망할 일도 없다.'라고 생각하는 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시간을 보낸(낭비한) 자신을 돌아보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드물다. 시도하고 실패한 것보다 더 큰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이 좌절을 할 거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보며 좌절하기보다는 시도하고 실패한 자신을 보며 좌절하는 것이 낫다. 전자는 어떠한 발전적 요소도 찾을 수 없지만 후자는 뚜렷한 개선 방향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는 뚜렷한 결과이지만 후자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저 좌절하고 자괴감에 빠지지 않으려면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무엇인가를 계속 시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여 시도 자체가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고 반복하는 일은 '고비용 활동'으로 여긴다고 한다. 익숙한 루트를 벗어나 낯선 행동을 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불편을 감수하고 집중해야 한다. 뇌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모든 활동을 '불편한 변화'로 인식하고 피하려 한다. 다시 말해 새로운 도전을 우리 뇌 입장에서 보면 '그냥 편하게 하던 대로 하지 왜 불편하게 안 하던 일을 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게 하지? 가능하면 말려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뇌의 방해는 워낙 강력해서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작심삼일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뇌의 에너지 절약 본능'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저항현상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의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뇌를 속이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도전이나 루틴이 '안 하던 일이 아니라 계속하던 일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항적 반응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도전 과제나 루틴을 너무 큰 단위로 관리하거나 한꺼번에 많은 성취를 이루려고 하지 않는 것이 방법이다. '하루에 한 시간 책 읽기가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책꽂이에서 뽑았다 넣기. 여유가 된다면 한 페이지 읽기'처럼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누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하여 저항을 낮추는 것이다. 물론 진도가 쭉쭉 나가는 속도감은 느끼기 어렵겠지만 '일단 적응하여 저항이 최소화되는 시기까지만' 미세한 단위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루틴이 무너졌을 때 포기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바로 회복할 수 있는 '회복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루틴의 플랜 B'를 미리 세워 놓는 것이다. 루틴이 무너졌을 때 최소한의 노력으로 다시 루틴을 재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일종의 '비상행동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루틴이 쉽게 무너지는 기간은 명절이나 긴 연휴 전후이다. 장거리 여행이나 고향에 다녀오는 일정은 루틴을 계속하는데 큰 장애요인이 된다. 가족들과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불쑥 루틴을 실행하는 것도 탐탁지 않다. 그러나 보면 이삼일 정도 길게는 일주일 정도 루틴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렇게 루틴이 무너졌을 때는 즉시 원래의 루틴으로 (강도, 주기) 돌아가기보다는 회복루틴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담과 저항감을 줄이며 서서히 본루틴으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 30분 조깅루틴을 일주일간 지키지 못했다고 오히려 한 시간을 뛰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 높은 확률로 지난 시간을 보상하려 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부상을 당하거나 너무 힘들어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 감정, 부담, 심리적 저항만 높이는 결과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30분 조깅 루틴이 무너진 이후 다시 시작한다면 '10분 걷기' 정도가 회복루틴으로 적당하다. 부담 없이 산책을 하며 뉘엿뉘엿 지는 해가 빚어내는 신비로운 하늘색을 감상하자. 포근한 저녁공기를 피부로 느껴보자. 부모님과 산책 나온 어린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여유롭게 바라보자. 달릴 때는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핵심은 '마음의 부담을 줄이고 행복감을 높여 나가면서 내 마음에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긍정적 메시지가 전달이 잘 되었다면 시간과 강도는 서서히 늘려 나가면 된다.

 

핵심은 '너무 쉬우어서 안 할 이유가 없는 정도로 가볍게 회복 루틴을 만들 것. 이를 통해 최대한 행복을 느낄 것'이다.

 

마지막으로 루틴을 유지하는 나만의 핵심 노하우는 '나를 믿지 않는 것'이다. 루틴을 계획하는 시점에서부터 실패할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일주일에 5번 조깅하기를 계획에 반영하지만 5일 중 하루이틀 정도는 실패하거나 목표보다 짧은 거리를 달릴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여 여지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루틴이 어긋났을 때 '망했다', '실패했다'는 자책보다 '예상 가능한 흐름 안에서 유지하고 있다'는 안정감이 생기고 다시 복귀하는데 드는 심리적 에너지가 훨씬 줄어든다.

 

루틴을 오래 지속하여 습관화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성장을 이루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더 빨리 돌아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루틴이 깨졌다고 실망하지 말자. 다시 돌아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