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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관점 태도

갓생의 함정 - 열정이 오히려 나를 잃게 할 때

by 셀피노 2025. 4. 7.

 

요즘 ‘갓생’이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스스로를 잘 관리하고, 좋은 루틴을 만들어가며,
자기 삶을 스스로의 기준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에게 붙는 긍정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왜냐하면 이 말은 20여 년 전 내가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유행했던 ‘자기개발’이라는 단어와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자기개발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고,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에 두고 있었다.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자기 관리,
거기에 집중된 흐름이었다.

 

나 역시 그 흐름 안에 있었다.
모임에 나가고, 세미나에 참석하고,
좋은 책을 읽고 사람들과 토론하며 배운 것을 나누기도 했다.
그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정말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상한 장면들을 종종 마주하게 됐다.

 

열정적으로 자기개발을 실천하던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자기개발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의지가 부족한 사람’,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자기개발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월함의 증거인 것처럼 굴고,
자기 관리의 성과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나처럼 하지 않으면 안 돼’라는 식의 말투와 태도도 자주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이 낯설고, 불편했다.
자기개발은 자신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우위를 증명하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자기’는 사라지고, ‘남’만 남는다.
관리하는 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를 기준으로 짜인 일상이다.

 

이건 지금의 ‘갓생’에서도 마찬가지다.
SNS에서는 갓생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루틴과 성과가 넘쳐난다.
대단한 루틴을 보여주고,
의욕 가득한 하루를 공유하고,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드러낸다.
물론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서로 자극받고 배우는 긍정적인 영향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게 ‘나의 삶’이 아니라
‘남의 시선’을 의식한 연출이 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갓생은 나를 위한 게 아닌, 남을 위한 퍼포먼스가 되어버린다.

 

 

갓생은 자기 삶에 책임을 지는 과정이다.
조금 더 나답게 살기 위해,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나만의 루틴과 나만의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안에는 ‘이 사람은 갓생이고, 저 사람은 게으름’이라는
이분법도 없고, 판단도 없다.
자기 관리를 한다는 이유로 타인을 무시하거나,
하지 않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는
결코 성숙한 갓생이 아니다.

 

 

나는 요즘 내 삶의 루틴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
조깅도, 독서도, 감정 표현도, 햇볕 쬐기 같은 사소한 루틴도.
그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다.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기 위한 작은 실천이다.

 

갓생은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잘하고, 누가 더 많이 했느냐가 기준이 될 수 없다.
오직 나만의 기준, 나만의 속도로 쌓아 올리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갓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도 그것을 평가할 자격은 없다.

 

오늘 내가 조금 더 나답게 살았다면,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