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을 지키는 데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흐트러지는 집중이다. 특히 생각이 많고 주변 자극이 많은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싶지만 10분도 채 지나기 전에 다른 일을 떠올리게 되고, 집중이 흐트러진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다는 결심만 반복하게 된다. 이것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바로 멀티태스킹 유혹이다.
책 <루틴의 힘> (댄 애리얼리, 그레첸 루빈 외)에 따르면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걷기 같은 매우 자동적인 행위를 할 때만 멀티태스킹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의식적인 집중을 요하는 행위인 경우, 실제 이루어지는 현상은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요구 사항을 놓고 마음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작업 전환’ 과정일 뿐이다. 마치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동시에 하는 양 느껴질 수 있지만, 실은 그저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을 하고, 또다시 원래 일로 돌아오는 것일 뿐이다. 이 경우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때보다 숙련도와 정확성은 훨씬 떨어진다.'라고 한다.
다시 말해 멀티태스킹은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이 분산된 채 낮은 효율과 효과로 일 사이를 헤매고 있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일을 할 때 그 일에만 최대한 집중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시간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나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때 찾은 것이 뽀모도로 타이머(타임 타이머)였다.
이탈리아의 한 대학생이 토마토 모양의 주방 타이머로 공부를 했던 경험에서 유래된 이 방법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시간 집중 기법 중 하나다. 기본 구조는 간단하다. 25분 집중, 5분 휴식. 이걸 한 세트로 반복하고, 네 세트가 끝나면 긴 휴식을 갖는 방식이다.
나는 이 단순한 구조가 가진 힘을 실제로 체험하면서 집중 루틴을 완전히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다. 특히 독서나 학습과 같은 활동에 적용할 때 효과가 좋았다. 이런 활동은 긴 호흡으로 몰입해야 하면서도, 중간중간 휴식을 적절히 분배했을 때 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45분 동안 독서나 공부에 집중하고, 알람이 울리면 무조건 책상 앞을 떠난다. 15분 동안은 가벼운 맨몸 스쿼트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움직인다. 이때가 루틴 유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앉아서 계속 무언가를 하려 하면 피로는 더 쌓이고,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집중력은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하면 두 시간이 되고, 보통은 여기서 멈추거나 최대 네 시간 이상은 넘기지 않으려 한다. 집중도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업무를 할 때는 조금 다른 방식을 쓴다.
업무는 몰입의 흐름이 깨지면 오히려 회복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서 뽀모도로 타이머처럼 짧게 끊기보다는 한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 보통 휴대폰의 알람 기능을 활용해서 90분간 집중하고, 그 후 3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을 확보한다. 이 2시간을 하나의 사이클로 보고, 많아야 세 번 이상 반복하지 않는다.
중간에는 식사나 티타임, 혹은 명상처럼 감정적 피로를 씻어내는 회복 활동을 반드시 포함시킨다. 그렇게 해야만 그다음의 90분도 같은 밀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준이 모두에게 맞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집중의 유형, 작업의 성격, 개인의 에너지 리듬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패턴을 정하고, 그 흐름을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기준을 하나라도 세워보는 일이다. 그리고 뽀모도로 타이머는 그 기준을 실험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
집중은 의지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음 휴식 전까지 집중력은 서서히 소진되는 유한한 자원이다.
시간을 조각내고, 정해진 사이클 안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익히는 것, 그것이 진짜 집중이다. 그리고 그 집중은 결국 하루의 루틴을 설계하고 내 삶의 속도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