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을 만들어 실행하는 이유는 결국 습관으로 이어지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자동적으로 실행된다면, 우리는 그만큼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질문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과연 하나의 루틴은 얼마나 반복해야 습관이 될 수 있을까? 습관화가 쉬운 루틴과 어려운 루틴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잘못 형성된 습관은 어떻게 수정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21일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이 말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의사 한 명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2009년 런던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행동이 자동화되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이는 평균일 뿐이다. 물 한 잔 마시기처럼 단순한 행동은 3주 만에 습관화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규칙적인 운동처럼 신체적 부담이 크거나 환경 조성이 필요한 루틴은 3개월 이상 걸리기도 했다. 결국 습관의 형성 기간은 행동의 성격, 개인의 상황, 반복의 일관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루틴이 습관화되기 쉬울까? 결론부터 말하면 ‘작고, 명확하고, 즉시 실행 가능한 루틴’일수록 습관으로 정착되기 쉽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는 루틴은 장소도 정해져 있고, 준비물도 없으며, 부담도 적다. 반면 퇴근 후 운동하겠다는 루틴은 교통, 피로도, 시간 등의 방해 요소가 많아 지속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루틴 설계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실행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데 있다.
하지만 사람의 삶은 언제나 이상적인 루틴으로만 채워지지는 않는다. 가끔은 불필요하거나 해로운 습관이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의미 없이 SNS를 넘기거나, 입이 심심할 때마다 과자를 먹는 습관 같은 것들이다. 이런 습관은 단순히 없애기 어렵다. 뇌는 한 번 형성된 습관의 회로를 쉽게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동을 없애기보다는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다.
찰스 두히그는 그의 저서 『습관의 힘』에서 모든 습관은 자극(cue) – 행동(routine) – 보상(reward)의 고리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이를 ‘습관 루프(Habit Loop)’라고 부른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나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극과 보상을 그대로 두고 행동만 바꾸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간식을 먹는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스트레스라는 자극이 올 때 간식 대신 산책이나 스트레칭으로 대체해 보는 식이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새로운 행동이 기존 보상을 대체하게 되면 서서히 새로운 습관이 자리를 잡게 된다.
나도 루틴을 만들고 습관으로 이어가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배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언제나 매끄러운 건 아니다. 어떤 루틴은 잘 정착되지만, 어떤 루틴은 중간에 흐트러지기도 하고, 어떤 루틴은 나에게 맞지 않음을 깨닫고 과감히 내려놓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이 루틴을 만들었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이다.
습관은 단순한 반복의 결과물이 아니다. 적절한 자극, 실행 가능한 설계, 일관된 반복,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삶을 바꾸는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루틴을 통해 만들어낸 습관은 나를 바꾸고, 그 습관은 다시 나의 하루와 방향성을 바꾼다.
습관은 작지만 강력한 삶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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