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은 스스로를 규칙 속에 담아내는 일이다. 무언가를 매일 반복하는 것은 단순한 습관 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은 의식에 가깝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 '의식'처럼 반복되는 루틴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것이 단순한 행동의 반복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잡고 중심을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 기둥이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유명인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테니스의 전설 세레나 윌리엄스는 경기 전 신발끈을 특정한 방식으로 묶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녀에게 그 루틴은 ‘성공의 패턴’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안정감의 토대였을 것이다. 익숙함은 긴장을 줄이고, 긴장감이 줄면 집중력은 올라간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감각은 불안과 불확실성에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스티브 잡스는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로 유명하다. 그가 매일 같은 옷을 입었던 이유는 ‘불필요한 결정에 에너지를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침마다 오늘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더 중요한 문제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비슷한 이유로 회색과 파란 정장만 입었다고 한다. 단순한 반복 속에 있는 절제는 곧 효율이라는 이름의 루틴으로 이어진다.
조코비치는 또 어떤가. 철저한 식단 루틴과 더불어 경기 전 매일 일정한 시각화 명상을 통해 경기력을 조율한다. 신체와 멘털을 루틴으로 정제해 나가는 그의 습관은 단순한 성실함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리듬을 찾아가는 ‘개인화된 전략’이었다. 무대 위의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레이디 가가는 공연 전에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자기 암시의 루틴’을 반복한다고 한다. 그녀에게 그 말은 실제로 자신을 설득하는 주문이자, 무대 위의 자신감과 몰입을 끌어올리는 마법 같은 준비 과정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유명인들이 철저하게 지킨다는 루틴'이 모두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위의 내용을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이들의 루틴을 살펴보면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루틴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실용적인 목적의 루틴이다. 집중력을 높이거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물리적인 효과를 노리는 루틴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심리적 안정을 위한 루틴이다. 효과가 명확하지 않아도 자신을 가다듬고 긴장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가 겹칠 때 루틴은 가장 강력해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루틴들을 어떻게 일상에 적용할 수 있을까? 특별한 환경이나 자원이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도 많다. 예를 들어 아침에 눈 뜨자마자 짧은 명상이나 스트레칭으로 하루의 리듬을 만드는 루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스스로에게 오늘의 다짐을 전하는 루틴, 혹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 조용한 음악을 트는 루틴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자주 입는 옷이나 앉는 자리, 사용하는 도구들이 마음을 준비시키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반복은 ‘준비된 상태’를 만들어주고, 그것이 습관화되면 ‘집중모드’로 전환하는 트리거가 된다.
예전에 봤던 한 영상에서, 에어쇼 조종사들이 실제 비행을 하기 전 회의실에 모여 눈을 감고 각자의 동선을 떠올리며 시뮬레이션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들은 실제로 조종석에 앉은 듯 손을 움직이며 언제 어떤 기동을 할지, 동료와 어떤 타이밍에 맞춰 비행해야 할지를 철저히 상상하며 반복 연습을 한다. 반복된 상상과 시뮬레이션이 실전의 긴장을 줄이고, 오차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장면을 본 이후, 나도 매일 아침 하루의 주요 일정들을 떠올리며 간단한 ‘마음속 시뮬레이션’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 누구를 만나야 하고, 어떤 업무를 해야 하며, 어떤 상황이 예상되는지,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할 것인지를 머릿속으로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이 작은 루틴은 실제 상황에서의 긴장을 줄이고, 낯선 순간에도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 연습 후 실전'의 개념으로 준비하는 셈이다.
결국 루틴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시도하고 경험해 보며 내 삶에 맞게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위대한 조종사들의 루틴이든, 아침 커피 한 잔 뒤의 짧은 상상이든, 그 반복이 주는 안정감과 실행력은 크다. 중요한 것은 그 루틴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이며, 그렇게 스스로에게 맞는 리듬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루틴을 삶에 녹여내는 진짜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루틴들이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었는가'가 아니다. 내가 그것을 했을 때 ‘마음이 단단해지는가’, ‘행동이 더 수월해지는가’가 루틴의 본질이다. 스티브 잡스의 루틴이 나에게 꼭 맞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루틴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간에, 나를 가다듬고 중심을 지키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면 루틴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루틴은 ‘완벽하게 검증된 방법’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자신에게 맞게 최적화된 방법’이다. 우리는 그들의 삶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에서 배워야 한다. 루틴은 거창할 필요도 없고, 남들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다. 내가 하루를 더 잘 살아내기 위한 의식이라면 그것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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