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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행동 실천

[갓생 루틴 만들기 ⑫] 루틴의 적: 멀티태스킹 - 한 번에 하나만 하기

by 셀피노 2025. 4. 16.

 

하루를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루틴을 설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시점에서든 루틴을 무너뜨리는 유혹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 유혹은 피곤함, 의지 부족 등 에너지 고갈 상태인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멀티태스킹이라는 겉으로는 생산적으로 보이는) 의욕이 넘치는 경우에 발생하기도 한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멀티태스킹'의 함정이 조용히 루틴을 갉아먹는다.

 

나는 하루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종종 이런 흐름을 경험하곤 했다. 독서를 하다가 스마트폰 알림을 보고, 문득 궁금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유튜브에 연결되고, 그 영상을 보다 보니 책에 집중했던 흐름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건 책장 사이에 끼인 손가락 하나와, ‘어떤 내용을 읽고 있었지?’ 하며 책장을 다시 뒤적이는 일만 남게 된다. 같은 문자이나 페이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는 경우도 생긴다. 읽긴 했으나 남지 않았다. 

 

 

이처럼 멀티태스킹은 한꺼번에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주지만, 실제로는 어떤 것도 끝내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다. 뇌과학과 심리학에서도 이 현상은 잘 알려져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에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실은 집중력과 기억력, 정보 전환 능력에서 더 낮은 성과를 보인다. 인간의 뇌는 동시에 여러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으며, 작업을 전환할 때마다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라는 인지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로 인해 우리는 에너지를 두 배로 쓰면서도 효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나는 루틴을 설계할 때 하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고려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뽀모도로 타이머를 활용해 45분 동안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하고, 15분 동안 책상 앞을 떠나 가볍게 스트레칭이나 맨몸 운동을 한다. 독서나 학습처럼 깊은 몰입이 필요한 활동에는 이 방식이 특히 유효했다. 반면 업무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작업에는 90분 집중, 30분 휴식이라는 사이클을 정해 놓고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알람으로만 관리한다. 중요한 건, 하나의 루틴이든 하나의 과업이든 동시에 여러 자극에 반응하지 않도록 환경을 정리하는 일이다.

 

 

이런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창작자들이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방식을 택한다. 소설가 이외수는 혹한의 겨울, 산속 절간에 들어가 얼어붙은 밥을 망치로 깨 먹어야 할 정도로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글을 썼다. 누군가에겐 지나친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고립을 통해 자신이 써야 할 문장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도 대표작 『자유』를 쓰던 시절,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 구형 노트북에 랜 카드를 제거하고 이더넷 포트에 접착제를 부어 밀봉했다. 창밖조차 보이지 않는 사무실에 스스로를 가둔 채, 글쓰기 외에는 어떤 정보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역시 멀티태스킹이 글쓰기의 리듬을 망치고 깊은 사고를 방해한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의 유혹은 결코 게으른 사람에게만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아지고 싶고, 많은 걸 해내고 싶은 사람일수록 그 유혹에 더 자주 노출된다. 하지만 루틴을 지킨다는 건 단순히 정해진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나를 진짜로 몰입하게 만들고, 작은 성취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집중을 설계하는 일이다.

 

갓생은 많은 일을 동시에 해내는 삶이 아니다. 한 가지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 그걸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여기’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마음. 그게 진짜 실천의 시작이라고 나는 믿는다.